스타트업 월드에서도 '글로벌(Global)'이 큰 화두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합니다"라고 말씀을 주시는 창업자들도 생기고 있고, 정부 주도로 실리콘밸리 연수를 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해외 진출 컨퍼런스, 시상식 등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론적으로는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고, 한국의 인재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고, 이 모든 것이 스타트업 월드의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길게 보면 무조건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고민이 생깁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좋지 않다고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가?'와 같이 크고 모호한 질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아니오로 답을 할 수 있는 성격의 질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대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이냐 해외냐라는 관점이 아니냐의 관점이 아닌, 가장 교과서적이고 기본적인 '해당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들은 무엇인가?'와, '그것을 우리 회사는 갖고 있는가?'를 고민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오기도 합니다. 남들이 글로벌이라고 하던 말던, 각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은 성공할 수 있는가'만 냉정하게 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정답은 아니지만) 분야별로 '경향'은 좀 보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진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분야를 순서대로 두서 없이 적어보면,


*기술기반 기업

-여기서 말하는 기술이란, "우리 팀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에서의 기술이 아닙니다. 하드코어 기술을 얘기합니다. 예를 들자면, 음성인식, 이미지 인식, 모바일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줄 부품기술 등

-다시 얘기하면,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미지 인식이라면 100만장의 동일한 이미지를 누가 더 잘 인식하는지를 테스트 하면 되고, 모바일에 들어가는 부품도 마찬가지로 비교 테스트가 가능합니다.

-이런 기업의 경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 있다면, 국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술이 실리콘밸리에 있던, 이스라엘에 있던, 한국에 있던, 인도네시아에 있던 좋은 기술이라면 당연히 쓰일테니깐요.


*게임

-기술기반기업보다는 '현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북미의 앱 랭킹을 보고 아시아의 앱 랭킹을 보면 다른 경향이 눈에 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가능성이 가장 많은 곳 중에 하나 아닐까요? 뭐 조금 더 솔직한 얘기를 하면, 게임이 한국 SW 업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지 않나요?

-게임은 결국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정말로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든다면 글로벌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온라인 게임 시절에 한국 게임들이 글로벌에서 매우 큰 성과를 냈잖아요. 특히 아시아에서)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들이 전세계에서 큰 활약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유틸리티 서비스

-여기서 유틸리티 서비스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에버노트'와 같은 서비스들을 말합니다. 전세계인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공통의 니즈'를 공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론상 글로벌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유틸리티 서비스들은 두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1) 유틸리티의 특성상 크게 차별화 시키기 어려운데, 글로벌에서 자본력이 뒷받침 되는 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과 (2) 해당 서비스로 돈을 벌기가 조금 어렵다는 점?


*각종 소셜 서비스? 대부분의 서비스들?

-우리가 자주 하는 얘기가 있죠. "페이스북보다 싸이월드가 먼저인데 아쉽다... 그때 제대로 해외 진출을 했으면 얘기가 달라졌을텐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이 막 시작할 단계에 동일하게 싸이월드도 미국 진출을 했고 자금도 천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어도 페이스북이 완승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완승을 따질 것이 아니라, 싸이월드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싸이월드를 만든 사람들이 그대로 해외에 나가서 사업을 했다면... 

-서비스라는 것이 참 미묘합니다. 99% 똑같은 것 같은데 정말 디테일한 한 가지 때문에 한 서비스는 사랑을 받고 다른 서비스는 그렇지 못합니다. 1%의 차이가 시장점유율 30%, 아니 그 이상의 격차를 벌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설명하기 힘든데, '그냥 이게 더 좋아'가 되는 것이 서비스입니다.

-거창하게 논의되는 문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유저에 대한 이해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면 경쟁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미국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어떠한 행동을 한국 기업가들은 리서치를 해서 그것을 알아야 한다면 이미 열위에 있는 것 아닐까요?

-중국에서 만든 일부 웹게임, 아니면 일부 해외 서비스 중에서 '번역'이 엉성하게 된 서비스를 써보신 분들은 좀 이해가 가지 않으세요? 뭔가 열심히 서비스를 쓰려다가 메세지가 떴는데 엉성한 우리말로 적혀 있다. 그러면 '몰입도'가 확 떨어지지 않나요?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녹록치는 않습니다

-물론, 항상 예외 경우가 있고, Viki.com 이 좋은 반례이기도 한 것 같애요. 그런데 Viki.com 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글로벌로 잘 승화시켰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커머스/로컬 사업

-좀 어려워 보입니다. 현지에서 '발로 뛰면서'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글로벌 서비스는 확장성(scalability)이 뛰어난 제품/서비스들이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쿠폰을 발급하는 로컬 사업을 미국에서 한다고 한국 사람 5명에서 열심히 상점들을 돌아다니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잘될 것 같은가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커머스/로컬 분야의 지역확장은 M&A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그루폰(Groupon)도 많은 M&A를 통해서 지역 확장을 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e-commerce 회사 중 하나인 이베이(ebay)는 결국 한국의 지마켓/옥션을 인수하지 않았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한국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이 된다 안된다를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고, 케이큐브가 투자한 패밀리 회사들 중에서도 더 글로벌한 기업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고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총을 들고 나가서 싸우는 전쟁터이기 때문에 막연한 top-down의 논의보다는 bottom-up의 실질적인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글을 한번 적어보았고, 마지막으로는 제가 평소에 글로벌을 한다고 하는 분들께 들려드리는 얘기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인구가 2.5억명인 인도네시아에서 상위 0.0001%로 역량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개인 역량으로만 놓고 보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인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가능성이 높겠죠? 근데 그런 인재 3-5명이 한국에 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대표님이 하려고 하는 사업을 그 친구들이 한국에서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잘 될 것 같으세요? 혹시 잘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면, 대표님 사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해외에서 잘 된다고 생각하는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Posted by jimmyrim


정보 홍수의 시대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스타트업 월드에서도 그렇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해야지 성공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수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이 다 다릅니다. 


-개발력이 뛰어난 스타트업이 성공한다 vs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한 명의 비전이 뛰어난 리더가 이끄는 스타트업이 성공한다 vs 상호 보완적인 팀이어야 한다

-대표이사가 지분이 월등이 많아야 안정적이다 vs 균형 있게 나눠야 한다

-스펙이 특급인 팀이 성공한다 vs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험 많은 사람이 성공한다 vs 큰 성공은 대부분 경험 없는 사람들이 했다

-죽어라 일하는 문화는 기본이다  vs Work-life balance를 찾아야 한다

-Top-down으로 의사 결정이 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vs Bottom up으로 가야 한다

-대기업과 협력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vs 대기업과 협력하는 순간 스타트업의 가치가 떨어진다

-유저를 모으고 나서 BM을 고민해도 된다 vs BM이 처음부터 명확해야 한다

-회사 문화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 vs 성공하면 문화가 저절로 생긴다

-스타트업에는 여성 멤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vs 그렇지 않고 성공한 경우 많다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은 중요하지 않다 vs 그래도 마케팅이 중요하다

-해외 진출은 처음부터 해야 한다 vs 해외 진출 자체가 너무 어려우니 우선 국내시장부터 해야 한다 등


왜 이렇게 서로 상반된 얘기들이 업계에서 통용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크게 보면 2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은데, (1) 정말로 case by case로 위에 얘기들이 다 맞기 때문이겠죠. 즉,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경우를 얘기하는 것이고, 또 한 이유는 (2) 성공 요인은 대부분 사후적으로 정리가 되기 때문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그 요인이 '포장'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해당 스타트업의 성공에서 그 요인은 많은 요인들 중 하나일 뿐인데, 스토리상 그것이 부각이 되기도 하는 것이죠.


그런데도 이런 Top-down의 당위적인 명제들이 '진리'처럼 통용되는 것은 조금 걱정스럽긴 합니다. 또 일부 멘토/어드바이저들이 '강하게' 주장을 하시기도 한 것 같고요 (저 역시 혹시 그런적이 없나 돌아보고 반성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멘토/어드바이저/전문가 분들께서 "사례들을 보니 대체로 이렇더라"라고 얘기하는 것은 괜찮은데,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은 좀 위험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업을 크게 성공시켜본 사람도 정답을 모릅니다. 정답을 안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스타트업 경영진은 자신이 믿는대로 가야 합니다. 많은 주장들을 들어보고, 결국 자기 사업이 가장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죠.


기업(企業)가란 무엇인가요? '도모할 기'에 '업적 업'이잖아요. 업적을 이루는 사람인데, 업적이 남의 말을 들어서 일어나나요? 기업가는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것처럼, "Life was made up by people that were no smarter than you" 라는 것을 마음에 품고, 자신이 믿는 바를 묵묵히 이루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뚜벅뚜벅 걸어나가면 됩니다.


그러면 언제 방향선회를 하면 되냐? 자신이 믿고 있던 바가, 자신이 기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가설이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입니다. 그 때에는 냉정하게 상황을 돌아보고 또 다시 최적의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겠죠.


창조경제가 큰 화두이다 보니 아마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정도로 그 내용을 소화하고 자기가 '주인공'인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기업가'분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jimmyrim



얼마전에 누군가가 제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잘 나가다 보면 초기 멤버가 아닌 외부의 경험 많은 사람을 초기 멤버 위로 데리고 오는 일들이 종종 있는데, 그러면 그 초기 멤버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초기부터 정말로 열심히 한 사람인데?"


그 친구가 제게 원했던 답이 "그러네... 너무하네..." 였을 수도 있겠지만, 전 제가 믿는 바를 얘기해줬습니다. 두서 없이 bullet point로 적어보면...


  1. 스타트업월드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프로다.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 축구로 치면 프리미어리그. 살벌한 곳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한방에 훅 간다. 그렇게 한 방에 훅 가지 않기 위해선 열심히 하는 것 뿐 아니라 잘 해야 한다.
  2. 회사가 성장을 하다 보면 필요한 역량이 달라진다. 총싸움을 하고 있는데 칼을 갖고 나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초기 멤버가 얼른 총을 쏘는 법을 배우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지만, 만일 열심히 해도 안된다면 총을 쏠 줄 아는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데리고 온 사람이 단순 경험이 많은 것이 아니라, 회사의 비전도 완전 공감하고, attitude도 훌륭한 사람이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 뿐 아니라 전체가 다 죽는다.
  3. 그러면 그 초기 멤버는 정말로 억울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personal growth 차원에서 다른 곳에서는 절대 쌓을 수 없는 내공을 쌓은 것 아닌가? 예를 들어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2년 일했으면 여전히 말단 사원이었을텐데, 그 2년 동안 스타트업에서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하고 내공을 쌓고... 나중에 대기업에서 10년+ 인 사람을 스타트업의 임원으로 데리고 오더라도 초기 멤버는 팀장 이상급일 것이고... 그 데리고 온 사람과 초기멤버가 대기업에서 만났더라면 한참 윗사람이기에 말도 섞기 힘든 사람일텐데, 같이 일하고 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아닌가?
  4. (번외편) 그리고 본인이 죽어라 열심히 했는데도 계속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그 초기멤버에게도 길게 보면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본인 스스로 가장 잘 알지 않을까? 이 일을 부담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없는지?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초기 멤버의 '그릇의 크기'가 회사 성장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하거나, 최소한 회사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커지는 것이겠죠. 꼭 그랬으면 좋겠지만, 정말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Posted by jimmyrim



요즘 스타트업 월드에서 '피벗(Pivot)'처럼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도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피벗, 피버팅을 얘기하고 있고, 피벗한 것을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는 바이블을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제가 자주 접하는 상황입니다. (과장을 좀 한 가상의 대화임을 말씀드립니다)


스타트업: "임대표님, 그간 잘 지내셨어요? 한 6개월 정도 된 것 같네요"


지미림: "그러게요. 어떻게 전에 하신다던 교육 서비스는 어떻게 되었나요?"


스타트업: "아... 저희 피봇(Pivot) 했습니다! 교육 서비스보다 훨씬 매력적인 서비스요"


지미림: "!@#$$@$@#$"..... "새로 하시는 것은 교육 관련이 아닌가보네요? 그럼 무엇인가요?"


스타트업: "저희는 애완동물 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1인 가구도 증가하고, 그러다 보니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했습니다"


지미림: "맞아요.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교육이랑, 애완동물 서비스랑은 좀 거리가 있지 않나요?"


스타트업: "원래 스타트업은 피벗을 하는 것이잖아요. 유명한 리빙소셜도 수십번 피벗해서 지금의 모델이 나왔잖아요. 린스타트업에서도 피벗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지미림: "네... 그나저나 교육 서비스는 런칭 하셨던가요?"


스타트업: "아뇨... 준비하다가 아닌 것 같아서 피벗했습니다"


지미림: "@#$@%%!$!%!$#.... 근데 대표님, 애완 동물 키우세요?"


스타트업: "아뇨... "


지미림: "!@#!@$@#%#$^#%^#" 


생각보다 자주 있는 대화패턴입니다. 그래서 불편합니다. 뭔가가 피벗이 유행처럼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자, 그럼 피벗의 정의부터 한번 찾아봅시다. 


웹스터(Merriam-Webster) 사전에 따르면 피벗은 "어떤 점을 중심으로 도는 행동(the action of turning around a point)"라고 정의되어 있으면 피버팅(pivoting)은 "특히나 농구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한 발은 땅에 붙인 채로 다른 발을 움직이는 행동" (especially the action in basketball of stepping with one foot while keeping the other foot at its point of contact with the floor)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 말고, 피벗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린스타트업의 저자인 에릭 리스(Eric Ries)도 피벗에 대해서 명확하게 "A change in strategy WITHOUT a change in VISION" 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사전적 정의에서도, 피벗이라는 단어의 창시자도 피벗을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피벗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뭔가 피벗이라는 개념을 잘못 이해하다 보면 시간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에, 피벗하기 전에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어떨까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3가지.


1. 어떤 문제(problem)을 풀고 싶은지를 많이 고민해서, 정말로 내가 풀고 싶은 문제이고, 우리 팀이 가장 잘 풀 수 있는 문제를 푸세요. 그냥 커피숍에서 브레인스토밍하다가 떠오른 섹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몇 개월 기획만 해보다가 '이 산이 아닌가벼'하고 접으면 그것은 피벗도 아니고, 배우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2. 1번에서 제대로된 문제를 선택했으면 최대한 빨리 서비스를 출시하세요. 꼭 출시하세요. 그 전에 접지 마세요. 서비스를 출시하지도 않고 계속 논의만 하다가 그만두는 것은 심하게 얘기하면, 대학교에서 PPT로 발표하는 프로젝트 하나 하다가 접은 것이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접으면 배우는 것이 없습니다. 유저들이 문제에 대한 '이런 해결책'을 좋아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으면 빨리 테스트 해봐야죠. 실제 유저들이 사용하는지, 사용한다면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봐야지만 인사이트(insight)가 생기는 것입니다. PPT 사업계획서 수십번 고쳐봐야 내공이 생기지 않습니다.


3. 서비스 런칭한 다음에 예상대로 지표들이 급상승하지 않는다고 바로 접지 마세요. (이런 경우 많이 봤습니다) 서비스만 오픈하면 몇 만명, 몇 십만명, 아니 몇 백만명이 내 서비스를 사랑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몇 천명의 유저만 있다? 그래서 분야도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한다? 99.9%의 확률로 새롭게 하시는 서비스도 비슷할 것입니다. 서비스를 런칭했으면 최대한 유저들의 반응을 분석해서 처음에 생각했던 가설들이 맞는지 확인하세요. 다운로드, 재방문률, 리텐션, 체류시간, 덧글/쪽지 남기는 숫자 등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정량적인 지표들은 모두 꼼꼼히 살펴보고, 유저들의 정성적인 반응도 꼼꼼히 살펴보세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유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직접 얘기해보세요. 모수가 너무 적으면 정량 분석이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봤는데도 서비스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이 들면 접는 것이 맞겠지만, 충분히 좋은 문제를 골랐고 고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하지 않았을 뿐이라면 빨리 튜닝(tuning)을 하면서 업그레이드를 시켜야겠죠. 물론, 튜닝의 폭이 클 수도 있고. 이럴 때 튜닝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피벗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겠죠. 









Posted by jimmyrim


저는 제 일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또 역량 있는 많은 분들이 스타트업을 하시길 간절하게 원합니다. 


다행히, 창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또 많은 분들이 창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시기도, 또 실제로 창업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 제가 또 자주 드리는 말씀은, "꿈을 더 크게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입니다. 현재의 어떤 문제를 조금 개선 (marginal improvement) 시키는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너무 큰 꿈을 얘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허황'되었다고 비판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아무런 근거와 사업 내용 없이 "저는 세계적인 CEO가 될 것이고, 제가 만든 스타트업은 국내 최초로 글로벌에서 인정 받는 스타트업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씀주시는 분들을 보면 불편합니다 (없을 것 같죠? 정말로 꽤 됩니다) 그런데, 그냥 막무가내씩의 다짐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 깊게 통찰해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꿈과 비전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기업가를 만나면 그 얘기에 빨려들어갑니다. 비록, 수 많은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고, 3년, 5년, 아니 10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정말로 세상에 꼭 필요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얘기해 봅니다. 꿈을 더 크게 가져봅시다. 10%, 20%가 개선되는 일이 아닌 10배 20배 좋아지는 그런 일을 고민해봅시다. 너무 허황된 선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수 많은 일들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는 뜻은 미래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리더들이고 기업가들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여성이 참정권(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을 언제부터 가졌는지 아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은 수백년 전부터 여성이 참정권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아닙니다. 1920년이 되어서야 여성들이 투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100년도 안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이 여성에게 참정권을 준 첫번째 나라는 아닙니다. 뉴질랜드가 1893년에 가장 먼저 시작했고, 핀란드가 1906년, 영국이 1918년에 주어졌다고 하네요) 


노예 제도가 없어진 것이 1862년입니다. 수백년 전이 아니라, 정말 15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사람을 사고 팔 수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갔나요? 


그러면 미국에서 유색인종이 백인과 같은 공간 (레스토랑, 화장실, 공공장소 등)에 언제부터 있을 수 있었는지 아시나요? 



노예 제도가 있을 시절에나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나요? 하지만, 어이 없게도 1964년에 The Civil Rights Act가 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색인종이 백인들만 가는 화장실에 들어가면 구속될 수 있었고, 실제로 흑인인권운동을 크게 촉발시킨 것도 1955년 몽고메리에서 한 흑인 여성이 버스 안에서 백인 자리에 앉았다가 체포된 사건이었죠. 겨우 50년 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은 꼭 정치 사회적인 일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IT 업계에서도 영원한 강자이고 절대 무너질 수 없을 것 같던 기업들이 수도 없이 무너지지 않았던가요? 아니 IT 업계야 말로, 가장 빠르게 강자들이 변하는 시장이 아니던가요? 




스타트업 입장에선 네이버가, 삼성전자가 절대 이길 수 없는 골리앗으로 보이겠지만, 분명히 '기회'는 있습니다. 물론, 쉽진 않겠죠. 하지만, 특급 인재들이 큰 꿈을 갖고 똘똘 뭉쳐서 열심히 혁신을 도모한다면 분명히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기 때문에 내부에 어쩔수 없는 비효율로 인해 중단되는 기술적인 난제들이 많은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요? 사내 정치로 인해 잘못된 결정들이 내려지기도 하고,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다를 것입니다. 똑같은 인재더라도 대기업에서 1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자기가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자기가 믿고 있는 일을 할 때에는 10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컴퓨터 학자인 Alan Kay의 유명한 말로 마무리지어봅니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Posted by jimmy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