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정의가 무엇일까요? 제가 좋아하는 폴그레이엄은 Startup = Growth라고 정의를 했고 저도 완전 동의하는데 또 다른 측면으로 스타트업은 '세상의 문제를 인지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서, 사람들에게 효용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뭔가 '꼭 풀어야 하는 문제'인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는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많이 창업하는 모바일 앱도 너무 좋고, 앞으로 그런 모바일 앱 중에서 수 많은 vertical 서비스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조금은 더 기술에 집중하는 (hard technology) 그런 스타트업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상대적으로는 좀 안 보여서요)


그럼 뭐가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냐? 사실 제가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모든 것들이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요? 사실 음성인식도 예전에 비해 computing power가 월등히 좋아졌기에 최근에 다시 각광 받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고, 일례로 개인화/추천화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저희가 투자한 프로그램스의 경우에는 영화, 드라마, TV시리즈, 음악, 책 등 컨텐츠의 gateway가 되겠다는 것이고, 이 외에도 정말로 많은 개인화/추천화 영역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광고가 광고 같지 않고 정보로 느껴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효용이 있을까요? (더 쉽게 얘기해서, 카카오톡의 플러스친구를 유저가 opt-in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behavior들을 보면서 알아서 해준다면?) Google Now는 한국에서 불가능할까요? (물론, 데이터 부재로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데이터는 쌓아갈 수도 있으니)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Unstructured Data가 있나요? 거기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로 꼭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 외에도 조금은 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각종 Gestural Interface들도 앞으로 더 진화하지 않을까요? 실리콘밸리에서 한참 회자되는 Internet of Things를 보면 데이터는 계속 쌓이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수요' 대비 '공급(스타트업)'이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꼭 이런 기술적 난제들을 스타트업에서 해야 하냐고요? 물론 대기업에서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대기업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은 꼭 이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초특급 인재들이 모여 있는 R&D 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이 (어이 없는 이유로) 무수히 많이 꺽이잖아요? 그런 특급 인재들이 '자신이 믿고 있는 문제'를 푸는데 저희가 좀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프로젝트 drop을 수 없이 많이 당하셔서 살짝 의욕이 떨어지신 그런 분들께 '열정'을 살짝 불어넣고 싶습니다. 처음에 공대에 갔을 때,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셨을 때로 잠시 돌아가보면 어떨까요? 지금 알고 있는 모든 업계 지식과 그때의 마음 가짐을 합친다면 뭔가 사람들에게 효용을 주는 '혁신'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기술기반기업 원츄입니다. 좋은 팀이 모이셔서 세상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신다고 하면 저희 케이큐브가 적극적으로 밀어드리겠습니다. 편하게 제게 메일 주세요!









Posted by jimmyrim



저희가 자주 듣는 질문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연락을 드리면 되나요?"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벤처캐피탈은 언제 만나면 좋을까요?'라는 글을 적기도 했는데, 여전히 조심스러워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의 투자 사례들을 좀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가장 초초기단계에서 저희가 투자한 회사는 엠버스핀콘입니다. 법인이 설립도 안 되었는데 저희가 투자를 해주기로 약속을 한 경우니, 엔젤투자치고도 매우 빠른 케이스였죠. 엠버스의 경우엔, 법인 설립은 고사하고 팀이 세팅된지 2주정도 밖에 안 되었을 때 저희가 투자를 약속하고, 저희 관리팀에서 법인 설립 과정을 대행해주고 바로 투자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리고, 핀콘의 경우에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던 핀콘팀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 프로세스에 있던 와중에 저희와 만났고, 바로 투자를 약속해드렸었고요. 그래서 퇴직하자마자 마찬가지로 법인 설립 과정을 대행해주고 바로 투자금을 입금시켜드렸습니다.


엠버스와 핀콘만큼은 아닐지라도 저희 케이큐브 패밀리들은 대부분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에 저희가 투자를 해드렸고, 법인 설립이 1년이 넘은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모두 완전 신생회사들이었죠.


저희가 이렇게 초초기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팀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팀이라면, 좋은 서비스/제품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기 때문에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 연락을 할 때에는 서비스/숫자로 증명을 한 다음에 만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좋은 팀을 갖추고 계시다면 편하게 연락을 주세요. 만나고 싶습니다.


간혹, '첫미팅'에서 충분히 어필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날까봐 연락을 꺼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희 내부에서는 항상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얘기를 주고 받을 정도로 저희가 판단실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희 직업이 '가능성'과 '되는 이유'를 찾는 직업이지, '심사'를 해서 떨어뜨리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첫 미팅 때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거나 아니면 저희가 이해를 못했거나 했을 경우에 꾸준하게 진척 상황들을 업데이트(예를 들어, 저번에 세웠던 가설과 다른 가설을 세워서 테스트를 했는데 가능성이 보였다던지, 매우 좋은 핵심 인력이 충원되었다던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던지 등) 해주실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서로 이해도도 높아지고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역량이 출중한 A급인재로 구성된 팀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그냥 연락을 주세요! 환영합니다!









Posted by jimmyrim

제가 스타트업 업계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의외로 많이 듣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벤처투자를 결정하실 때 학벌을 얼만큼 보시나요?" 입니다. 그리고 가끔 "케이큐브는 서울대/KAIST 위주로 투자를 한다고 하던데 맞나요?"라는 질문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질문이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벤처캐피탈도 결국에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고, 그러다 보니 투자할 때 보는 유일한 기준 하나는 '이 팀이 성공할 것 같은가?'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업을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학벌만 엄청나게 좋기 때문에 투자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실행력도 뛰어나서 사업을 엄청 잘할 것 같은데 학벌이 별로라서 투자하지 않는다? 이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결국 하고자 하는 사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업마다 소위 말하는 핵심요소 (Key Success Factor)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학벌만 보고 투자를 하기에는 저희가 지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저희한테 투자를 받은 케이큐브 패밀리를 한번 살펴볼까요? 지금까지 공개된 패밀리 회사는 9곳인데, 소위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서울대/KAIST 출신의 대표이사는 3명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가나다순으로) 고려대학교, 동서울대학교, 아주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를 졸업하셨습니다. 어디까지가 명문대이고, 어디까지가 학벌을 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내부에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슈를 외부에서는 생각보다 크게 보시는 것 같아서 짧게 적어봤습니다.








Posted by jimmyrim



제가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VC를 만나야 하나요?" 혹은 "얼만큼의 준비를 하고 나서 VC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요?"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항상 case by case이고 정답이 없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한 후에 만나야 한다고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더라고요.


VC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A급 인재들로 구성된 팀이 "우리가 볼 때 이 사업에 있어서의 가설적인 Key Success Factor는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우리가 왜 잘할 수 있다"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때 만나면 되는 것입니다. 서비스가 오픈되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는 이제 막 팀 구성이 된 것이어도 괜찮습니다. 


대신, 서비스의 기능(feature)을 설명하는데 치중하기보단, 업의 본질은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한국형 Pinterest를 누가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에서 엄청나게 잘 됩니다. 그래서 저희도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런칭하고자 합니다"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투자자는 맞던 틀리던 이런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애요. "미국에서 Pinterest가 잘 된 이유는 유저들의 A라는 욕구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A라는 욕구는 우리나라에 있을까요? 있긴 있는데 형태가 다를 것 같습니다. 미국의 Pinterest가 갖고 있는 컨텐츠는 어떻게 보면 네이버가 많이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신 저희는 한국에선 B라는 컨텐츠들 중심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B분야를 매우 잘 압니다. 이렇게 시작을 해서 진화하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C라는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가설인 B와 C를 검증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렇게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B라는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는 언제까지 확인이 금방 가능할 것입니다"


좋은 팀이고 위와 같이 설명한 논리를 저희가 수긍한다면 바로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바로 판단을 내리기에 어렵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얘기한 가설들을 검증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성과를 내기 전에도 얼마든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멤버들이 자기만의 스토리가 명확히 있다면, 되도록 빨리 좋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신: 다른 관점이긴 한데,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투자자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만나서 교감을 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더 맞다고 봅니다.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인데 돈 필요할 때 돈 주는 사람한테 고민 없이 받는 것보단, 가장 잘 맞는 곳한테 받는 것이 좋겠죠. 그리고 그런 것을 판단하기 위해선 스타트업도 VC를 만나보면서 검증해야겠죠.




Posted by jimmyrim



연말 연초가 되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올해의 뜨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어느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를 할 것인가요?" 이때마다 저희 대답은 똑같습니다. "저는 올해의 뜨는 분야를 예측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합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예측을 안한다고?'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다는 것 압니다. 그런데, 소위 많은 분들이 듣고 싶어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대변될 수 있는 그런 예측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예측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스타트업을 하는 환경에 (playground)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예측하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큰 기업들의 전략, 움직임, 정책 변화 등은 중요하죠. 구글, 애플,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다음 등 회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스타트업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또, 시장에 안드로이드폰이 더 많이 깔리는 추세인지, 아이폰이 더 많이 깔리는 추세인지, 태블릿은 어느 정도까지 깔렸는지, 유저들이 실제 모바일/태블릿을 갖고 무엇을 하는지 등을 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예측은 소위 말하는 '2013년에 XX의 시대가 도래했다' 류의 예측인데, 저는 이런 예측을 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을 돌이켜봅시다. 한 때에는 소셜네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수 많은 서비스들이 나왔고 (근데 생각해보면 소셜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극소수의 플랫폼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많은 서비스들은 그 소셜을 녹여내는 것으로 이해했어야 했죠. 모두 소셜네트워크를 새롭게 만드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의 시대라고도 했었고, 3D의 시대라고 해서 한참 3D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나타났었고, 클라우드의 시대라고 해서 스타트업들도 뛰어들었고, 작년에는 큐레이션의 시대, 빅데이터의 시대 등으로 불렸었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키워드를 기반으로 사업을 해서 잘 된 스타트업이 있었던가요?


저는 투자를 할 때 하향식(Top-down)으로 하지 않습니다. 상향식(Bottom-up)으로 접근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큐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큐레이션 서비스들만 열심히 검토하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들이 우리 삶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그 문제가 대중이 동일하게 느끼는 문제이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면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A급 팀은 전제되어야 하고요)


성공한 스타트업들을 보면, 무슨 트렌드를 보고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Facebook, Twitter, Linkedin, Groupon, Dropbox, AirBnB, Evernote 등을 보면 무슨 '트렌드 보고서' 등을 보고 만든 서비스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오히려 이들이 트렌드를 만들어냈고, 후행적으로 보고서들이 나오는 것이죠. 


2013년에 만나는 스타트업들은 소위 말하는 '뜨는 용어(buzz word)'들로 가득한 사업계획서로 만나지 않길 바랍니다. 본질로 돌아가서 '이런 문제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누가, 왜 이런 서비스를 쓸 것입니다'라는 스토리로 만납시다 =)





ps. 2012년에 종종 볼 수 있던 사업계획서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소셜플랫폼을 추구하는 회사로,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컨텐츠를 큐레이션해주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저들을 가치를 제공합니다" 뭥미? 이러지 맙시다!










Posted by jimmyrim
10년전에 비해서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를 하는 투자사 혹은 투자담당자들의 사례들을 가끔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합니다. '왜 저런 요구사항을 받아들일까' 잠시 고민해봤는데, 어쩌면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이 너무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해서, 정답은 없지만, 제가 생각하는 잘못된 사례들에 대해서 좀 적어볼까 합니다. 


 1. 투자사(Venture Capital) 담당자의 지분 요구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게 해줄테니, 투자 담당자(임원 혹은 심사역)인 자신에게 (1) 차명으로 지분을 무상으로 달라고 하거나, (2) 투자사가 투자하는 단가보다 현저히 낮은 기업가치로 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하는 등의 요구는 무조건 불합리한 요구입니다. 보통 Venture Capital은 자신의 돈만을 가지고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VC에 투자하는 출자자들(Limited Partner)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런 LP들의 돈은 비싼 기업가치에 투자하고, 자신의 돈은 낮은 기업가치로 투자하게 되면 이것은 윤리적으로 큰 이슈가 있는 것입니다. LP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 그 VC에 다시는 출자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요구사항을 듣게 되신다면, 그 투자 담당자와는 다시는 말을 섞지 않으면 되겠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운영하는 부당투자자신고센터에 신고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만일 투자 담당자가 투자사가 투자하는 기업가치로 자신의 돈을 넣고 싶다고 하면, 이것은 윤리적인 이슈가 있는 것일까요? 사실 Accel Partners가 페이스북에 투자를 할 때, 투자 담당자였던 Jim Breyer는 개인돈을 동일한 밸류로 넣어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죠. 이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한 이슈이긴 한데, 우선 LP와 담당자간의 이해관계 상충은 상대적으로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동일한 밸류로 투자하는 것이니. 그리고 자신의 돈을 그 높은 밸류에 투자할만큼 자신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책임감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차례 더 깊숙히 생각해보면, 만일 투자담당자가 선택적으로 자신의 돈을 VC와 함께 투자한다면, 자신의 돈이 들어간 회사만 더 챙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이 부분을 이슈로 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해서, 미국의 경우에는 case by case로 VC 회사마다 자신만의 정책을 갖고 있답니다. 

윤리적으로 가장 이슈가 없을 구조는 VC에 투자하는 투자자들(LP)의 돈으로 만든 조합(펀드)에 VC 투자 담당자들도 함께 돈을 넣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밸류 이슈도 없어지게 되고, 선택적으로 좋은 딜만 개인 돈을 넣는 이슈도 해결이 되겠지요. 참고로 이 이슈에 대해서 미국의 유명한 Mark Andreessen이 Quora에 답을 해서 화제가 되고 기사화가 되기도 했답니다. Mark는, 자신의 VC는 투자담당자들의 개인 돈 투자를 금지하고 있고, 펀드에 참여하지만 자신들이 가장 엄격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답을 했죠. (참고로, 저희 케이큐브벤처스의 경우도 개인투자는 금지하고 있고 투자담당자들이 펀드에 출자를 하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윤리적으로 완벽하고 이해관계의 불일치가 없게끔 제도적으로 만든 것이죠)


 2. 엔젤투자자의 과도한 지분 요구 

자주는 아니지만, 스타트업의 주주명부에 '모르는 외부인' 지분의 50% 이상 있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경영진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면, 아는 분이 엔젤투자를 했다고 답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심지어 '액면가'로 투자를 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스타트업의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고 밸류를 줄 수 없는 분이 대주주로 있을 경우 향후 투자자들이 볼 때에는 매우 불편한 주주구성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열심히 일하는 경영진들은 기업이 성공을 해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제한적이고, 그런 점들로 인해서 주인의식을 갖고 정말 스타트업 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월급사장처럼 일을 하게 되는 것을 투자자들이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주주명부로는 VC의 투자를 받기 힘들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엔젤투자자라고 하면, 자신이 이미 경험한 분야와 관련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서 소규모의 지분을 받고 또 다양한 서포트를 해주는 분들을 말하는 것이니, 그렇지 않고 뭔가 회사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투자를 받지 않기를 권합니다. 


3. Advisor의 과도한 지분 요구 

요즘 스타트업 회사소개서를 보면 Team 소개란에 Advisor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유관분야 경험이 있고 어느 정도 성공하신 분이 기꺼이 시간을 내서 도와주신다고 하면 사실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Advisor분들이 무리하게 스타트업들에게 지분을 요구하는 일이 있다고 듣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Advisor를 해줄테니 지분 10%를 무상으로 제공해라" 뭐 이런식인 것입니다. 뭐,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 '정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주더라도 매우 적은 지분을 주는 것을 고려해볼 때 위의 예시는 정도를 넘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분만을 요구하는 Advisor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Advisor가 스타트업 경영진과 자연스럽게 어떤 일들을 도와줄 수 있고, 구체적으로 매주/매월 얼마간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하다가 보면 지분 얘기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분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다음에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극소수의 좋지 않은 투자자/엔젤/Advisor로 인해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오해와 피해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 




 ps. 정말로 좋은 분이 있고, 그 분에게 도움도 받으면서 보상도 해주고 싶을 경우, 그분을 사외이사(BOD)로 모시면서 스톡옵션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Posted by jimmyrim


작년 올해 TV 등에서 '허세'라는 단어가 꽤나 많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허세를 부리는 것이 하나의 재미로 인식되기도 한 것 같고요. 허세 좋습니다. 친구 만나서 재미있게 놀 때라면... 그런데,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특히나 투자 유치 건으로 VC와 미팅을 할 때 허세를 부리는 것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허세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우선 애교스러운 것부터 말씀을 드리면, 최근에 보게 되는 스타트업 사업계획서에 적지 않은 회사들이 'Advisor' 라는 페이지를 만들어서 IT 업계의 유명하신 분들을 쭉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인터넷 벤처 1세대로 이름을 날리신 분들도 계시고, IT 대기업의 임원분들도 계시고, 다른 스타트업 대표이사, IT 업계에서 한 이빨하시는 분, 심지어는 사업을 하시는데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대학교 총장이나 국회의원까지도 넣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것도 advisor가 2-3명이면 그래도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10명 이상의 advisor를 한꺼번에 넣는 경우도 여러 차례 봤습니다.

그런 경우 제가 드는 생각은 1) 이 분은 Advisor의 의미를 아시는 것일까?, 2) 도대체 무슨 Advice를 받으시는 것일까?, 3) 이런식으로 자신의 뒤에는 '세력'이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인가? 그것이 정말 '세력'일까? 등등입니다.

사실, 제가 보고 싶은 것은 훨씬 더 상세한 team member들의 자랑입니다. 미팅 한번 한 적이 있는, 혹은 심지어는 모임에서 한번 인사 나눈적이 있는 그런 advisor가 아니라...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그렇게 IT 업계의 유명하신 분들은 저랑도 혹은 저희 VC와도 어떻게든 network이 닿기 때문에 편하게 전화를 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막상, advisor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그 advisor가 하시는 말씀이, "아... 그 친구들 한 번 찾아온다고 해서 만났었어. 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인 것 같아서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줬지. Advisor? 나도 모르는 일인데? 한 번 만났어 한번" 식이라면, 해당 기업의 신뢰도는 불필요하게 떨어지게 되겠죠. 

문서에 그냥 advisor를 적는 것은 그래도 애교스러운 것이고, 정도가 더 심한 것은 미팅을 할 때 '허세'를 심하게 부리는 것입니다. 본인의 사업을 설명하는 와중에 불필요하게 유명인들을 많이 섞어가면서 설명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별로 좋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A대기업의 B상무님께서 저희 서비스 정말 좋다고 하시면서 나오기만 하면 엄청나게 밀어줄 것이라고 했고요, 제가 Facebook/Google/Zynga VP들과 친한데요, 그 분들 통해서 해외 사업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여기저기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담 안 가지셔도 되고요, 그냥 이번에 저희가 '기회'를 드리는 것입니다."

뭐, 가상의 대화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로 계십니다. 듣고 있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여기 왜 찾아오셨지? 이미 그렇게 잘 나가시고 여기저기에서 투자하겠다고 난리가 났고, 국내외 굴지 IT 대기업들이 모두 좋게 보면서 사업을 같이 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허세를 부리면서 미팅을 하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reference check을 했을 때 다른 얘기가 나오면 거기에서 신뢰도가 확 떨어질 것이고 (그 다음부터 무슨 얘기를 해도 잘 안 믿기지 않을까요? 괜시리 허세 한번 부려보려다가 소탐대실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또 미팅을 하는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위의 내용들이 사실일지라도, 미팅 상대방이 '나를 왜 찾아오신 것일까?'라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고수인 것이지, 나의 '세'를 자랑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에 이 글과 조금 유사한 "명백한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를 쓰긴 했는데, 최근에 소셜미디어로 인해 '네트워크'의 개념이 훨씬 넓어지면서, 그리고 특히 젊은 기업가분들께서 '만만하게 보이기 싫어서'인지 위의 허세스러운 것들을 강조하시는 분들이 눈에 띄어서 다시 한번 적어봤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투자자가 보고 싶어하는 것은 team의 역량, 진정성, 열정이지 다른 부수적인 것들이 아닙니다. 결국 사업은 여러분들이 하시는 것 아닌지요?






Posted by jimmyrim
지난 금요일 저녁 트위터에 제가 "좋은 VC란 무엇일까요?"라고 질문을 올렸는데 약 20개 정도의 답멘션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좋은 답변들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항상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팔로워님들께서 다른 형식으로 표현해주시기는 했지만 대체로 유사했던 것 같습니다. 제 마음대로 괜찮았던 표현들을 사용해서 짜집기를 조금 해보면,

"좋은 VC란, 1) 기업가를 respect하고 투자하는 회사의 big fan이 되어주고 2) 투자한 회사를 파트너로 생각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필요할 때에는 엄격하게 지적도 해주고) 3) 좋은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투자자를 말한다"

물론, "나한테 투자해주는 VC가 좋은 VC다"라고 답변 주셨던 분들도 계셨는데, 그만큼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다시 한번 많이 배웠습니다. 팔로워님들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팔로워님들이 직접 적어주신 멘션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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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같이 투자한 회사를 키우는데 도움 줄 수 있는 그런 VC요!
-"기업에 대한 지원"vs"투자수익"의 균형이라는 기본을 확실히 하며 +a 인 "감성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분?
가려운곳 긁어주는 VC.^^ 갑을이 아닌, 파트너로서 필요한것 해결해주고, 더 큰 그림으로 가기 위한 방향도 설정해주고 등등.. 그럼 VC가 하지? no.no.혼자서 다 못하니, 당연히 잘하는걸 나눠서 하는것일뿐. 쏘주도 사주고.ㅎㅎ
-VC에게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진짜 사람 냄새나는 사람을 알아보는 마음을 가진 분!ㅎ^^ "성공하는 사람을 알아보는건, 그사람이 가진 재산도 아니요, 업적도 아니다. 그 사람 됨됨이다"철학자 아미엘님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투자해 주는 VC == 좋은 VC ㅠㅠ
-저희 회사한테 투자하는 vc요...
-모험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희망과 자심감을 주고 싶은 진정성을 갖는거겠죠? 그 사람이 진정한 모험가인가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거구요^^
-오늘자 조선기사에 "잡스 한명에 휘청거리는 IT 코리아"란 글을 보면서 IT관련 많은 분들의 역할이 있어 왔는데 과연 그들 모두의 집중으로 투자가 이뤄졌다해도 한국의 잡스를 만들기가 가능할까요.180도 투자받는 입장에 서보면 어떨지요
-아내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가치관 성향 눈높이가 맞아야 하는것처럼 회사와 vc가 지향하는 지향점 경영 참여정도와 서로의 능력을 인정할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가 최고라기 보다 나와 맞는 vc가 최고!!
-좋은vc란 필요할때 적절한 자금과 어드바이스를 제공하지만 때론 이거 아니다 싶을땐 충고를 해줄수 있는 엄격함을 겸비해야 겠지요 무조건 잘해준다고 일이 되진 않으니까요 좋은 vc는 또하나의 팀원일거라 생각합니다
-배틀필드에서 같이 웃고 고민하고 전투 경험을 나눠주는 VC 쯤 되겠죠^^
-이틀전에 투자대회 PT를 다녀왔는데 선정된 예비창업자 분들 중 투자사가 못 미더워 괜히 아이템을 뺏길까 우려하여 PT를 포기하시더군요. 신뢰가 역시 가장 중요한듯 하네요
-사업가분들과 파트너 관계로 관계로 지낸느 것
-좋은 VC의 출발은 Entrepreneur에 대한 respect에서 시작하지 않나 싶습니다. Bill Draper가 말했듯이 대부분의 value는 Entrepreneur가 만드는 것이고 VC는 보조적인 역할입니다.
-VC분들은 LP테의 수익률만큼(또는 더?) 벤처에게 좋은 투자자이기를 원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고 멋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그런 관점이 LP테도 높은 수익률을 주겠죠?!
-좋은 VC... 벤처기업에 몸 담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좋은 VC란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Big Fan"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 Big fan이 된다는 건, 격려를 하기도, 개선점에 대해서 애정어린 조언도 하는!!
-좋은 VC란 최소 2년을 기다려 준다, 시너지를 낼 만한 회사들과 관계를 만들어 준다, 마케팅 지원해준다. 나쁜 VC란 투자하는 그날 부터 수익내라고 쫀다.
-남(벤처)을 도움으로써 내(VC)가 성공한다는 철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만 이 땅에 좋은 기업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VC들도 많은 것 같아서요...



Posted by jimmyrim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뽀로로 1조원 인수제의 거절'로 한 동안 많은 얘기들이 회자 되었었는데 그런 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M&A라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뽀로로 사건에 대해서는 @estima7님께서 잘 정리해주신 포스팅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저는 뽀로로에 대해서 다시 얘기하고 싶어서 포스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M&A에 대해서 적어보려고요. 얼마 전 언론사 기자분께서 제게 연락을 하셔서 "한국 벤처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어보신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드렸던 대답은 "M&A가 일어나지 않는 환경이죠. IT 대기업/중견기업들이 좋은 스타트업들을 많이 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가 선순환의 시작입니다." 였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전에 정부에서 SW분야를 담당하시는 사무관님께서 제게 연락을 하셔서 "국내 SW 업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정책자금을 주는 것이 최선일까요?" 라고 문의하셨을 때에도 정책자금도 도움이 되겠지만 똑같이 M&A가 핵심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벤처업계에 있어서 M&A가 가장 큰 문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래야지만 (1) 좋은 기업가들이 많이 나와서 창업을 많이 하고 (2) 벤처캐피탈이 열심히 투자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는 궁극적으로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 투자합니다. (수익을 내라고 저희 같은 벤처캐피탈에 국민연금과 같은 투자자가 또 투자를 해주는 것이고) 그런데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팀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에 담보/연대보증 없이 투자를 해주기 때문에 그것이 궁극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IT산업 발전도 되는 것이고. (IT산업 발전을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주객이 전도 된 것이죠) 아무튼, 저희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야 하는데 회수(exit)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면 갑갑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IPO를 하기 위해서는 대략 매출 100억원에 순이익 20억원 수준 정도는 되야 하는데 모든 스타트업들이 재무적으로 그 수준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또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재무적으로는 성과를 내기 힘든 경우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국내의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초기기업 투자, 인터넷/모바일 기업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가 갑니다 (참고로 저희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국내에서 인터넷/모바일, 초기기업 투자에 가장 공격적인 벤처캐피탈로 꼽히죠. 그래서 아주 가끔 다른 벤처캐피탈로부터 "너네는 뭘 믿고 그렇게 투자하냐?"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요)

앞서 '선순환'이라는 단어를 제가 사용했는데,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1) IT 대기업/중견기업들이 스타트업이 만든 서비스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오랫동안 해왔던 고민과 노하우를 인정해 주면서 적정 밸류로 인수를 하는 경향을 보이면, (2) 벤처투자자는 시장의 니즈를 잘 읽고 좋은 서비스를 낸 좋은 팀이라면 궁극적으로 IT대기업/중견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훨씬 편하게 초기 기업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고, (3) 좋은 아이디어와 팀이 있으면 벤처투자를 상대적으로 쉽게 받을 수 있고, 또 잘 될 경우에는 괜찮은 밸류로 인수도 될 수 있는 것을 아는 대한민국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조인하거나 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에 대해서 이런 저런 것들이 많이 회자되는데 사실 IT 대기업/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의 경험을 인정해주고 인수를 많이 하는 문화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꼭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수천억 대의 금액으로 인수가 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실리콘밸리에는 USD 5M~20M (한화로 약 50억~200억원) 수준의 소규모 M&A가 참 많이 일어납니다. 일년에 수백개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벤처캐피탈협회에서 발간되는 벤처캐피탈의 회수 방법을 보면 아래와 같이 절대적으로 M&A가 많습니다.



그만큼 M&A가 활발하다는 것이고, 소규모 M&A에 참여하는 각 주체는 대체로 다음의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타트업 창업가: 1) M&A를 통해 어쨋던 성공/엑시트의 경험이 있는 기업가가 될 수 있고 2) M&A로 인해서 적당한 부를 누릴 수 있고 (예를 들어 아이가 대학갈 때까지 먹고 살 수는 있는 정도?) 3) 내가 그렇게나 고민한 서비스를 큰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서 제대로 scalable하게 만들어보고 싶다 (참고로 최근에 구글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한 CEO가 왜 그랬는지를 블로그에 쓴 것이 기사화되기도 했는데 한번 읽어볼만합니다)
  • IT 대기업/중견기업: 1) 저 팀이 참 탐난다. 저 좋은 팀이 그 사업 분야에서 그간 쌓아온 경험/노하우는 대단한 것이다. 저 팀만큼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은 없을테니 저 팀이 right person이다 2) 저 사업을 우리 내부에서 따라하면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기간 동안에 저 팀은 더 앞서겠지?
  • 벤처캐피탈리스트: 1) 저 팀이 좋은 인프라를 가진 환경에서 일을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2) 우리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났으니 다행이다. 역시 좋은 팀에 투자하면 손해를 보지는 않는구나

반면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탈협회에서 위와 같은 자료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벤처투자/회수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인수합병을 통한 회수가 2.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22%도 아니고 2.2%입니다. (금액 기준이기 때문에 비중은 더 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이해하면 오히려 M&A 밸류가 크기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에서 큰 규모의 인터넷/모바일 기업의 M&A가 잘 일어나지를 않습니다. NHN이 미투데이를 얼마에 인수하셨는지 아시는분? 전자공사에 따르면 22억 4천만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계 분들이 저한테 "미투데이도 겨우 22억에 인수되었는데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 일이야?"라고 종종 하시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시장의 주체자들이 미국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습니다. M&A를 타부시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도 이유가 될 수 있고, 스타트업의 좋은 서비스는 그냥 그대로 베끼면 된다고 생각하는 IT 대기업/중견기업들도 이유가 될 것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진정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펀드를 결성해주고 각종 정책 자금을 대주는 것보다 합리적인 M&A가 많이 일어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그 날이 오겠죠?




 

Posted by jimmyrim
최근 몇 년간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유명하신 많은 분들께서 강연, 언론기고, 블로그 등을 통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셔서 전체적인 벤처생태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바람직한 일이고 그렇게 내공이 많으신 분들이 자꾸 경험을 공유해 주시고, 멘토링을 해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가끔 있는데, 그분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2가지 때문입니다. 

(1) "한국의 벤처캐피탈은 아파트 담보나 개인 연대보증을 세우는 등 진정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
(2)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권장하는 문화이다. 그것이 혁신적의 원동력이다"

먼저 첫번째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언제적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요?"라고 묻고 싶습니다. 제가 2007년부터 VC업계로 전직을 해서 투자를 했왔고 많은 한국의 벤처캐피탈과 함께 일을 해왔지만, 이름 들으면 알만한 괜찮은 벤처캐피탈들은 초중기 기업 투자를 하면서 대부분 담보/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100개가 조금 넘는 벤처캐피탈이 있는데 이 중에 몇 개가 그랬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몇 개의 이례적인 사례를 갖고 한국벤처캐피탈업계를 싸잡아서 "너네는 사채업자야"라고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만일, 미팅을 진행하시는데 벤처캐피탈에서 담보/연대보증을 요구하면 그냥 그 벤처캐피탈과 얘기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는 벤처캐피탈이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수십 개 있습니다. 




두번째는 첫번째와 달리 흑/백이 명확하지 않긴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 않나입니다. 업무상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벤처캐피탈과 말씀을 가끔 나누는데 (이번에 실리콘밸리 VC컨퍼런스 가서도 그랬고) "우리는 실패를 권장한다"라고 말씀하시는 VC는 보지를 못했습니다. 오히려 "실패한 경력을 갖고 있는 모르는 사람이 투자를 받으러 오면 투자하지 않는다. 단, 다른 VC가 확실히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고 믿을만하다고 하면 그때 고려한다" 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소위 말하는 serial entrepreneur)가 다시 창업을 한다고 하면 VC들이 줄을 서서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기업가가 누구한테 투자를 받을지 VC를 고르게 되는 상황도 생기게 되죠. 그만큼,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을 VC들이 너무 너무 좋아합니다.

물론, 컨퍼런스나 기고문 등을 통해서 실리콘밸리의 VC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많은 시도들이 실리콘밸리 혁신의 원천이다" 라고 하는 것은 저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공개적인 자리가 아닌, VC끼리만 있는 자리에서 얘기를 할 때에는 "나는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성공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는 것도 종종 들었습니다.  

결론은 이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1) "실리콘밸리도 당연히 성공한 경험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스티브잡스가 경영성과 없이 저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면 '사기꾼'이라고 불리었겠죠)
(2) "하지만, 실리콘밸리에는 VC도 많고 VC-기업가간 관계가 매우 긴밀하기 때문에 실패한 기업가일지라도 '최선을 다한 honest failure'였을 경우에는 그것을 인정해주는 VC들은 다시 투자해준다."

2번에 대해서 부연을 하면, 실리콘밸리의 VC들은 기업가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고 (어떤 VC는 자기는 투자한 회사의 CEO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최소 20-30분씩 통화를 하면서 그날에 있었던 주요 일들을 논의를 한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 기업이 성공 여부를 떠나서 얼만큼 열심히 했고, 말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얼만큼 실행을 했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은 team이었고, 열심히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예를 들어 시장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실패를 한 경우가 발생할 때에 VC는 다시 그 team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에서의 VC가 선호하는 기업가는 다음과 같지 않나 싶습니다.

성공한 경험 갖고 있는 기업가>VC가 오랫동안 지켜봐서 역량과 실행력을 인정할 수 있는 소수의 실패한 기업가>처음 청업하는 열정 넘치는 기업가>>> (넘사벽)>>> 잘 모르는 실패한 기업가

마지막으로 한국의 스타트업께 조언을 드리면, 투자를 유치할 때도, 투자를 받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VC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가는데 있어서 유리합니다. 아무런 과정을 못 본 상황에서는 당연히 결과만을 놓고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VC도 사람이기에 너무나도 열심히 한 과정을 보게 된다면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또 너무 중요한 것 하나는, "Always under promise and over deliver" 하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over promise하고 under deliver하죠. 그러면 실망을 하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감동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여러분, 모두 화이팅입니다!




ps. 실리콘밸리 vs 한국 주제로 몇 개의 글을 써볼까 합니다 :)


Posted by jimmyrim


투자 검토를 하다 보면 가끔 NDA(비밀유지계약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하시는 기업가분들이 계십니다. 왜 그렇게 요청을 하시는지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사실상 venture capital이 NDA를 쓰는 일은 없습니다 (뭐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을테니 '거의' 없다고 해두죠) 사실 이 주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논의가 되었었던 주제이고, Reputable한 VC들은 NDA를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 되어버렸습니다. (참고로 유명 VC 블로거인 Mark Suster도 동일한 주제로 글을 썼는데 참고하세요)

물론, 기업가 입장에서는 '내 전부를 걸고 하는 사업인데 어떻게 믿느냐'라고 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진심으로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기업가분께서 저희 투자 side로 오셔서 1년만 일해보시면 왜 저희가 NDA를 sign하지 않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찾아오십니다. 원인을 생각해봤는데, 사업아이템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어떤 정보(예를 들어 신문, 리서치 보고서 등)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정보를 접한 사람들 중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비즈니스모델이 유사한,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 같은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한국에만 500개가 넘는다고 하죠?) 정말 처음에 들었을 때 '와 이 아이디어 진짜 좋다'라고 생각했던 그런 것까지도 1~2개월 내에 다른 기업한테 듣게 되는 경우가 정말 있습니다. 정말 신기하고 가끔은 소름끼칠정도로. 

그런데 NDA라는 문서를 체결하게 되면 우리가 정보를 넘겨준 것이 아니라는 '입증책임'이 VC한테 오게 되는 것이고,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정보를 넘겨준 것은 오히려 입증이 가능하지만,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은 오해를 받고 있는 기업의 구두 설명 정도가 있을 것인데, 그것으로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수긍하지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불리하다고 생각하시는 기업가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시면 VC는 잃을 것이 많은 회사입니다. 제가 위에서 Reputable한 VC는 NDA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는데 VC의 '브랜드'는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너무 중요합니다. 만일 투자 검토하고 있는 회사의 정보를 다른 곳에 넘겨준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그 일이 업계에 알려진다면 저희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정보를 다른 곳에 넘겨줘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큰지 잘 모르겠지만) 저희가 잃을 것이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정보를 다른 곳에 넘겨주는 것이 밝혀지면 앞으로 기업가분들이 저희한테 투자를 받으러올까요? 제 생각에는 VC의 브랜드를 믿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건의 잘못된 투자 검토로 인해 10년-20년 동안 쌓아올린 브랜드를 망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서 브랜드가 좋은 VC인지 아닌지를 검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에 다른 글에서 VC의 브랜드에 대해서 적었었죠)

그리고 조금 더 근원적인 것을 말씀드리면, 아이디어가 좋다고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동일한 혹은 유사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결국에는 실행력(execution)이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 조언을 하면, 반도체 회로 설계 등 명백하게 특허로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지체하지 말고 특허를 등록하는 것이 맞다고 보여지고, 인터넷/모바일 서비스이긴 하지만 너무 좋은 BM을 발견하셨다고 생각하시면 BM 특허 등록을 시도해보시는 것이 맞고, 그리고 그 이후에는 '내 정보가 어디로 샐까'라고 걱정하시기보다는 그 시간에 어떻게든 그 사업이 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사업 성공의 핵심은 아니라고 봅니다.






Posted by jimmyrim
한국에 벤처캐피탈(이하 VC)은 약 100여개가 있는데 (벤처캐피탈협회 참조) 대부분의 기업가분들은 어떤 VC에게 투자를 받아야 할지, 어떤 '기준'들로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통 그냥 어쩌다가 논의를 시작한 VC와 진행을 하게 되고 투자를 유치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사실, 어떤 VC가 더 좋다고 '객관적'으로 얘기하기가 참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무슨 VC ranking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좋은 VC'로 정의를 할지도 참 어렵습니다. 총 펀드의 규모 혹은 매년 투자하는 금액이 많으면? 과거 조합의 수익률이 좋으면? 투자인력들의 profile이 좋으면? 브랜드가 좋으면? Value add를 많이 해주면? 등 기준도 참 애매모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가분들은 어떤 VC에게 투자를 받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본인에게는 '최고'의 VC를 선택해야겠죠. 그래서 고려해볼 수 있는 사항들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1. 믿을만한 VC인가? 업력이 길고 브랜드는 좋은가?

많은 기업가분들이 투자를 유치하면서 걱정하시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혹시 이 VC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가 그것이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 VC가 내 기업정보를 다른 곳에 공유하지는 않을까?', '이 VC가 계약서에 무슨 독소조항을 숨기지는 않았을까?', '이 VC가 나중에 회사 안 좋아지면 돌변하지 않을까?' 등이 될 수 있겠죠.

당연히 걱정할만한 부분이고 확인을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VC의 업력이 충분히 긴지,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업력과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업력이 길고 브랜드가 좋은 VC들은 대부분 앞으로 이 일을 수십년간 계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 '잃을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이익' 때문에 소위 말하는 '나쁜짓'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에 투자를 한 다음에 회사가 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채업자처럼 행동해서 투자금 10억-20억을 회수해왔다고 하면, 분명 그 VC에 대한 소문이 벤처업계에 퍼질 것이고 그러면 그 VC는 앞으로 투자를 하기가 힘들어질 것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VC이시고 앞으로 쭉 투자할 생각이 있으시다면 그냥 투자에서 손실을 보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하시지 않겠어요? 뭐, 회사의 정보를 경쟁사에 유출시키는 그런 점들도 마찬가지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VC에게 이런 일을 당하셨으면 가만히 계시지는 않겠죠? 그러면 업계에는 금방 소문이 퍼지게 되죠)

그리고 좋은 reputation을 갖고 있는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경우에는 그 유치 사실만으로도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signaling 효과가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즉 어디 가서 사업을 할 때, '아 A사로부터 투자 받았으면 일단 어느 정도는 검증된 회사구나'라는 생각을 상대방이 갖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미국에서는 많은 벤처기업들이 꼭 돈 때문이 아니라 (심지어는 돈이 필요 없어도) signaling 효과 때문에 좋은 명성을 갖고 있는 VC에게 투자를 받으려고 하곤 합니다.

2.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VC는 무엇인가?

저는 항상 기업가분들께 'VC가 무슨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시나요?'류의 질문을 드립니다. 이것은 기업가분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돈은 다 똑같은 돈이고 나는 돈만 필요하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투자 받으면 앞으로 투자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누구든지 상관 없이 valuation을 높게 인정해주는 VC에게 투자를 받고 계약서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하지만, VC money가 조금은 더 smart money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여기에서의 smart money는 결국 제가 과거에 'VC가 하는 일' 이라는 포스팅에서 쓴 post management 섹션의 많은 일들이 되겠죠) 어떤 VC가 가장 자기를 잘 도와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향후에 추가적으로 자금이 또 필요할 때 '믿고 밀어줄 수 있는' 그런 VC인지도 고민해봐야겠죠.

그래서 거꾸로 기업가분들도 VC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하셔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래와 같은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1) 해당 VC의 홈페이지는 충분히 보고 미팅을 가져라

첫 미팅을 진행하는데 기업가 분께서 제게 "그런데 소프트뱅크는 혹시 온라인게임에 투자하시나요?"라고 하신다면 사실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저희 홈페이지에 보면 저희가 과거에 투자한 회사들의 정보가 있고 거기에 보면 저희가 다수의 게임 회사를 투자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텐데 어떻게 보면 가장 기초적인 '숙제'도 안하고 오신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깐요.

투자를 유치하시면서 그 VC는 주로 어디에 투자하는지, 어떤 종류의 회사들이 실제로 투자를 받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리고 우리 회사를 검토하는 투자인력은 원래 뭐하던 사람인지 궁금하시지 않나요?

홈페이지에 보면 회사의 연혁부터 시작해서, 투자 인력에 대한 상세 소개, 투자한 회사들 리스트 혹은 로고가 다 있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udpate가 좀 늦은 경우도 있지만) 보고 '감'은 잡고 와주세요!

(2) 기업가 입장에서 VC를 평가해라

벤처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회사의 지분을 제공하는 일이고, 짧으면 1-2년 길면 10년까지도 partnership을 갖고 함께 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혼이 전제된 결혼'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수치화될 수 있는 조건(예를 들어 valuation)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맞을까요?

한가지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기업가분께서 어떤 VC와 첫 미팅을 했다고 칩시다. 그래서 1시간 정도 미팅을 했고, VC는 뭐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에 계약 내용들이 적혀 있는 term sheet을 이메일로 보내주면서 바로 투자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칩시다. (사전에 그 VC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는 가정하에) 마음이 편하신가요? 물론, 내 기업이 너무 뛰어나서 1시간만에 완전 반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너무 교감이 적지 않나요? 뭐 VC입장에서는 1시간동안 얘기를 들었으니깐 그렇다치고 기업가 입장에서는 VC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물론, 투자하고 싶다고 빨리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이 아니고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VC가 안 좋은 VC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저도 첫 미팅 때 어느 정도 마음이 결정되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VC가 그렇게 나왔을 때 무조건 '덥썩 좋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 홈페이지를 보라고 얘기한 것처럼, 그 VC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보고, 미팅 중에도 투자자에 대해서 어떤 느낌인지 평가하고 거꾸로 궁금한 사항들은 질문하고, 또 가능하다면 그 VC로부터 투자 받은 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실제 그 VC가 투자 이후에는 어떤식으로 일하는지 얘기도 들어보고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

결론은 투자 유치과정은 one-way 검증이 아니라 VC는 기업을, 기업은 VC를 검증하는 two-way process라는 것입니다. 모두들 숙제 열심히 해주세요! :)






Posted by jimmyrim
요즘 부쩍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어오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제게 이메일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제가 일일히 다 답을 드리긴 힘들고, 이 참에 그냥 VC가 되는 것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무엇보다 "VC가 뭔지 알고 하고 하고 싶으시다는 것인가요?" 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관련해서 포스팅한 글이 있으니 먼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회의실에서 폼나게 미팅하고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는 모습만 상상하고 계시면서 그것만으로 이 업계에 오시면 실망하십니다. 투자 이외에 적은 부분들도 다 할만하다고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준벤처기업인'의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나한테 맞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십시오. 저 글을 3번 정독하고 진짜 '할만하다' 라고 생각이 드시면 그때 적극적으로 나서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흔히 받는 질문들에 대해서 제 생각을 좀 공유해보겠습니다.

1. VC를 하기 위한 최적의 경력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많은 경우 공대 출신에 다음의 3가지 category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대 출신이 must는 아니지만, 선호되긴 하는 것 같습니다)
(1) 삼성/LG, nhn/다음 등 IT기업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서 어느 정도 'IT감'이 생기신 분들
(2) 경영컨설팅,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 회계사 등 소위 말하는 professional firm에서 근무를 하셨던 분들
(3) 한국에는 별로 없지만, 창업 경험이 있는 기업가 출신 혹은 창업가가 아니더라도 스타트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임직원 출신 (개인적으로 앞으로 이쪽 분야의 분들이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업계에 지인/네트웍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즉, 각 분야별로 편하게 전화를 할 수 있는 IT전문가들을 알고 있다면 그런 것들도 플러스가 되겠죠


2.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VC가 되는 것은 어렵나요?
-뭐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만, 평균적으로 VC들이 나이가 더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회 경력이 조금 있는 것이 VC로서 일하는데 있어서 업무적으로나, 네트워크적으로나 도움이 더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어떤 사장님들은 심사역에게 거꾸로 경력이 얼마나 되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이제 대학 갓 졸업했습니다라고 하면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young VC들을 뽑는 VC들이 간혹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직접 벤처기업 경영진과 협상 등을 하는 일이 아닌, VC 내에서 많은 support를 하는 analyst postition으로 채용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3. MBA가 필요하나요?
-MBA가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 MBA를 하셨으면 '아, 자기계발을 위해 열심히 사셨구나' 정도의 느낌이 들고, 해외 top MBA를 하셨으면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하셨겠구나. 영어는 좀 되시겠다' 정도의 느낌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Harvard/Stanford MBA를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어서오십시오'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VC는 많은 부분 local business고, 벤처기업인들과 함께 열심히 뛰어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나 좋은 학위가 있습니다'로는 뭔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정말 VC를 하고 싶으신 것인지, 준벤처기업인의 마인드가 있으신지 등이 더 중요하겠죠
-하지만, 좋은 학위를 갖고 계시면 '좋은 후보'는 되시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plus일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뭔가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4. 학벌은 중요한가요?
-최근에 기업투자할 때 학벌을 보는지를 포스팅하면서 중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VC의 경우에는 함부로 그렇게 얘기를 못하겠습니다. 국내 VC들의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투자팀 인력들의 profile들이 있을텐데, 대체로 출신학교들이 한손에 꼽히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학벌을 갖고 있는 pool에서만 골라도 충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또한, 벤처기업인들과 네트워킹할 때 아무래도 같은 학교면 유리한 측면도 있을 수 있기에 좋은 학벌이 선호되는 것 같습니다
-만일, 소위 말하는 명문대 학위를 갖고 계시지 않는다면, '확실한 차별화'로 VC에게 어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 스타트업에서 큰 역할을 했거나, 누가 봐도 한 업계의 전문가이거나 등

5. 현실적으로 제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요?
-Networking, Networking, Networking이 답입니다
-VC가 공개채용을 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각 VC의 contact us에 메일을 보내셔도 아마 답장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inner-circle에 한발을 담그시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
-출신 대학의 선배님들 중 VC를 하고 계신분께 연락을 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국내 VC에 자금을 출자해주는 KVIC(한국벤처투자)에서 VC양성과정을 작년부터 개설해서 운용하고 있는데 여기도 좋은 출발일 수 있습니다 (http://www.k-vic.co.kr/kava1)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제공하는 단기연수도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강사와 networking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출발일 수 있습니다 (http://www.kvca.or.kr/bzinfo/bzinfo1.jsp)

6. VC를 하면 나중에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도 참 많이 듣는데, '좋은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VC는 다른 career로 가기 위한 stepping stone이 되기보다는 end career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오래하면 오래할 수록 '내공'이 쌓이게 되는 직업이고,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 '내공'이 다른 직업에 훨씬 도움이 되냐는 아닌 것 같고요
-물론, VC하시다가 (1) 벤처기업의 CFO가 되시거나 (2) 대기업 M&A팀이나 신사업 기획팀으로 가시거나 (3) 증권사/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로 가시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VC로 한단계 도약하시려는 분들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목표시라면 차라리 전략컨설팅 (Mckinsey, BCG, Bain) 같은 곳을 가시는게 맞다고 보여집니다

7. VC인터뷰는 무엇을 보나요?
-사실 제가 채용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할 right person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말씀을 드리면, 인터뷰 형식은 '지식'을 묻기보다는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를 보는 인터뷰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력서를 보면서 '이때에는 왜 이런 결정을 하셨어요?' 류의 질문들
-그리고 무엇보다 VC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정말 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를 물어볼 것 같고,
-지금 당장 투자한다면 어떤 사업에 왜 투자하고 싶은지 정도도 물어볼 것 같네요
-하지만, valuation 기법이라던지, DCF, EV/EBITDA 류의 '지식'적인 측면들은 오히려 물어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거꾸로 저 지식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벤처투자할 때 valuation은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까요?' 라고 물어볼 수는 있겠죠
-핵심은 내가 이 사람과 일하고 싶냐를 보는 그런 과정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항상 case by case이기 때문에 정형화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overall한 내용들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만일 독자분들 중에서 '나 VC가 뭔지 확실히 알고, 정말 잘할 수 있다', 아니면 '임지훈 보다 내가 훨 낫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이력서를 jimmyrim[at]gmail.com 로 메일을 보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VC가 항상 '뽑는 사람'보다는 '되고 싶은 사람'이 많기에 자리가 잘 나지는 않지만, 뭐 저랑 알고 지내시다가 국내 유수의 VC에서 자리가 나면 VC가 되시고, 또 나중에 VC가 되신 다음에도 저와 같이 투자하고 그러면 좋으니깐요 :)







Posted by jimmyrim


제가 지금까지 VC세션을 3번 진행하면서 깜짝 놀랐던 것이 Q&A 세션 때마다 빠지지 않고 질문 나왔던 것이 "투자를 받는 데 있어서 팀원들의 학벌이 얼만큼 중요한가요?" 라는 점입니다. "벤처투자자들은 왜 이렇게 카이스트/서울대를 좋아하세요? 서울대/카이스트가 아니면 투자 못 받는 것인가요?"라고 더욱 직접적으로 질문을 해주신 분도 계셨고요. 그래서 조금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주제를 좀 다루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벌은 Key factor가 아닙니다.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학벌이 좋아야지만 (혹은 이것이 직접적으로 연계가 되는 지도 논란이 되겠지만 머리가 좋아야지만)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90% 이상의 사업은, 학벌 또는 지능지수 등과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셜커머스, 모바일 앱,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일반적인 웹서비스, E-commerce 등 모두 학벌이 좋아야지만 혹은 머리가 좋아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대.

저희가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1) 사람들이 needs가 있는 충분히 큰 시장을 target으로 하고 있고 (2) 좋은 제품/서비스를 갖고 있거나 만들 예정이고 (3) 그 시장에 대해서 가장 내공이 많은 팀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여기서 3번으로 지적한 '내공'이 그나마 학벌과 연관지어보일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학벌보다는 해당 산업에 대한 'insight', 일이 되게끔 만드는 '실행력' 등이 훨씬 중요해보입니다.

단적인 예로 예전에 제가 다른글에서 제가 투자한 회사들에 대한 소개를 한 적이 있는데, 제가 Lead하고 주도적으로 투자를 했던 선데이토즈, 케이아이엔엑스, 바이미닷컴, 다담게임, 고릴라바나나의 Founder 및 Management team은 모두 위에 언급된 카이스트/서울대 출신이 아니십니다. 하지만, 해당 산업에 대한 내공은 단연 No.1 이시기 때문에 투자를 한 것이죠.

물론, '훌륭한 머리'가 필수적인 사업 영역들도 많지는 않지만 분명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저희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투자를 한 엔써즈의 경우에는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일한 영상이 존재하는지를 audio/video fingerprinting을 해서 분석을 하고, 최근에는 영상의 '캡처된 사진' 하나만 있으면 해당 동영상과 그 play time까지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는데, 얘기만 들어도 어려워보이시죠? 이런 서비스의 경우에는 '자연언어처리', '컴퓨터 공학' 등을 공부한 천재급 석박사 인력이 필요한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업을 검토할 때에는 그 핵심 기술을 갖췄는지를 보게 되고, 그 기술을 갖춘 인력들이 대부분 좋은 학벌을 가진 석/박사급 인력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것은 정말 '기술'로 승부를 거는 소수의 경우이고, 일반적으로는 투자를 할 때 사업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지 학벌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저한테, '정말로 학벌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냐?'라고 물으신다면, 아주 솔직하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제게 "서울대/카이스트 출신 10명이 모인 신생 벤처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실래요?" 라고 묻는다면 저는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보지 않은 상황에서라도 yes라고 할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모였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편안한 길'을 갈 수 있는 친구들이 risk taking을 한 것이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런 친구들을 10명을 모으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것도 인상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죠. 하지만, 한번 만나는 것은 맞지만, 투자를 하는 것은 완전 다른 얘기이고,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에 대한 확신이 들어야 하는 것이겠죠. 즉, 좋은 학벌로 똘똘 뭉쳐진 팀의 경우에는 벤처캐피탈과 첫 미팅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유리하다고 보여지는데, 그 정도는 좀 이해를 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들은 그 학교에 들어가기까지 3년~6년 중고등학교 때 많은 노력을 했고, 또 그 학교 가서 다른 똘똘한 친구들과 경쟁을 하느라 고생을 했으니, 그 정도의 advantage도 안 주면 오히려 그 친구들 입장에서 억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솔직히 들기도 합니다)  




 


Posted by jimmyrim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해외 언론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창업열기가 좀 살아나고 있다 보니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제게도 VC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VC에 대해서, VC가 되는 법에 대해서도 시간이 나면 적어보려고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VC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얘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VC가 되고 싶은 이유가 VC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기업가의 발표를 듣고 평가하고 폼나게 투자하고' 하는 소위 말하는 '갑'스러운 일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과감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겉에서 보여지는 일부일 뿐이고, 또한 '갑'스러운 마인드로 일을 하면 분명 이 업계에서 성공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VC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결국 '사람과의 끊임없는 interaction'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people business인 것이 VC이고 그런 과정에서 분명 tough한 일들도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발표 들으면서 사업 평가한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VC의 일을 크게 보면 다음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투자 (Invesetment)

  1. 산업에 대해서 top-down research를 해서 투자기회들을 찾기도 하고, 업계의 전문가들로부터 투자기회를 소개 받기도 하고, 이미 투자한 포트폴리오 경영진, 저희와 자주 함께 일하는 회계사/변호사, 교수 등에게 좋은 투자 기회들을 소개 받습니다. 총칭하여 Deal sourcing이 되겠습니다. 이러한 Deal soucring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필요하죠
  2. 소개를 받은 회사의 경영진과 미팅을 수 차례 혹은 수십차례 진행하고 투자 검토(due diligence)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각종 업계 보고서, 증권보고서를 research하기도 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reference check을 진행합니다. 역시 '역량 있는 좋은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더 잘할 수 있겠죠
  3. Deal에 대한 확신이 차면 내부 투심(investment committee)을 열고 회사 내 투자자분들을 설득합니다.
  4. 3번과 동시에 혹은 이후에 회사와 terms and condition(계약서) 내용을 협상합니다. 이런 협상을 zero-sum game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힘든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5. 투자가 결정되었으면 변호사/회계사들과 함께 회사의 '문제'가 없는 지 간단 실사를 진행합니다

투자 후 사후관리 (Post Management, Portfolio Management)

  1. (소프트뱅크의 경우) 회사와 월 1회 이사회를 진행합니다. 여기에서 지난 달의 실적도 점검하고, 현재 회사의 중요 이슈들, 향후 계획, 경영자 입장에서 의사 결정 내려야 하는 안건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특히 수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던 해당 VC의 경험 (정확히 말하면 VC가 투자한 회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고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을 전달해주는 것은 큰 value add이고 기업가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2. 공식 이사회가 아니더라도 투자한 회사와 수시로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래서 회사가 요청하는 각종 사안들에 대해서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도와줍니다. 많은 부분은 '회사 및 사람 소개'일 수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데 A기업과 제휴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어떻게든 A기업의 decision maker와 연결을 시켜주는 것이죠. 경우에 따라서는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도 해가면서 어떻게든 미팅을 잡습니다. 또 다시 '역량 있는 사람들과의 좋은 네트웍'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3. 또 종종 있는 일로, 유관업계 global company와의 미팅을 주선해주고, 미팅에도 함께 참석해서 포트폴리오 회사를 대신 열심히 영업해줍니다. (많은 경우 '언어' 측면에서 VC가 조금 더 자유로울 때가 있어 통역을 해주기도 합니다)
  4. 이런 사업적인 내용 이외에도 회계/법률 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VC의 고문 회계사/변호사들과 논의를 해서 숙제를 해결해주곤 합니다. (여기서 내가 왜 포트폴리오의 일들을 대신 처리해줘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VC는 당신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회계사/변호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각종 계약서 리뷰해주고 하는 일들을 종종 있습니다.
  5.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의 경영진과 VC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스톡옵션을 어떻게 발행할 것이냐' 등도 한 예가 되겠죠. 그럴 때에는 많은 discussion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죠
  6. 회사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또 다시 내부 투심위를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외부의 다른 VC들에게 회사를 소개해줘서 투자 유치를 열심히 도와줍니다. 이 과정도 꽤나 만만치 않은 과정입니다

투자회수 (Exit)

  1. 재무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IPO 모드로 가는 회사의 경우에 VC는 IPO를 처음 준비하는 회사에 각종 조언을 해줍니다. IPO 심사에서 문제가 없도록 미리 각종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죠. (그래도 IPO는 간단합니다)
  2. 처음부터 M&A 모델로 생각하고 투자를 한 회사들의 경우에는 훨씬 복잡합니다. Potential buyer들에게 '이런 좋은 회사가 있다'는 것을 smooth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고, 미팅을 하고 싶어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에 대한 주요 내용을 담은 Information Memo를 VC가 작성해서 보내주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cold call (지인이 없는 회사에 그냥 연락하는)로 연락을 해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3. Potential buyer와 기업가/회사 둘다 deal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생각을 하면 VC가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한편, 회사가 좋은 가격과 조건으로 M&A 될 수 있도록 전면에 나서서 대신 협상을 하곤 합니다 (M&A 같은 것을 처음해보는 기업가의 경우 과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고 느끼시기에 대부분 저희가 전면에 나섭니다)

펀딩 혹은 자금 모집 (Funding)

  1. VC는 자기 돈 100%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source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1~2년에 한번 씩은 펀드를 결성해야 하는데, 그렇게 만만치 않은 과정입니다
  2. 통상적으로는 한국벤처투자, 국민연금 등 정기적으로 '출자'를 해주는 기관을 대상으로 '우리 VC는 이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전략으로 투자해서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하는 자료를 만들어서 열심히 selling을 해야 합니다
  3. 그리고 위의 출자를 해주는 기관들이 100%를 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과정으로 금융기관, 대기업, 펀드 전략에 관심 있을만한 기관 등에 열심히 selling을 해서 펀들르 결성합니다


사실 VC가 하는 일을 블로그 글 하나로 적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굳이 이렇게 조금이라도 적는 이유는 흔히들 'VC는 회의실에서 앉아서 사업계획서만 평가하면 되는 것 아냐?', '완전 갑 중의 갑이잖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잠깐 언급했다시피 VC는 '남의 돈'을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냥 신나는 일'일 수는 없습니다. 돈을 투자했는데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무지막지하게 많은 직업입니다. 본인이 매우 강하게 주장해서 10억~20억을 투자했는데 회사가 망해가고 있을 때의 스트레스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게 VC가 되고 싶다면서 상담을 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저는 항상 "VC가 뭐하는 직업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리고 나서 적성이 맞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때 연락해라"라고 하곤 합니다.

물론, 전 이 일이 재미있고 위의 과정들 (언급하지 않은 수 많은 과정들까지도)도 결국 기업가를 성공하게 해주는 큰 목표 아래 이루어지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기에 해피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다양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 일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VC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VC가 잘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이겠죠. VC가 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은 위의 내용을 잘 읽어보고, 머리속으로 그런 상황들을 다 그려보고 정말로 VC가 되고 싶으신 것인지를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심이...


ps. 많은 경우, VC는 수요 보다는 공급이 많은 시장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줄 섰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관심이 있으면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


Posted by jimmy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