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아시겠지만, 위 '가사'는 제가 참 좋아라 했던 마이클잭슨의 Heal the world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주십니다. "임대표님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해요. 정말로 하시는 일을 사랑하는 것 같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빈말이 아니라 돌이켜보면 저는 정말로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또 자연스럽게 성과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간혹 제게 "임대표님은 5년 후, 10년 후에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으세요?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어요..." 입니다.


요즘 종종 '나는 왜 이 일을 사랑할까? 나는 왜 일을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곤 합니다. '최고의 수익을 내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목표는 저의 열정을 이끌어내지 않습니다. '최고 혹은 최대의 VC를 만드는 것?' 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별로 감흥이 없어요.


'이 일을 왜 사랑할까'라는 질문은 결국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왜 기대되고 흥분되는지'를 물어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하는 벤처투자라는 일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아름다운 곳'으로 만든다고 믿기 때문에 이 일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것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거든요.


제가 옛날에 적은 '임지훈 소개'라는 글에도 적었지만, 솔직히 제가 어렸을 때부터 벤처투자자(VC)가 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남들이 멋지다고 하는 곳들을 기웃기웃 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남들이 최고로 멋지다고 하는 곳들을 다녀도 제 목마름, 갈증은 해소되지 않더라고요.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일까에 대해서 YES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벤처투자를 하면서는 그런 갈증이 해소 되었습니다. '나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구나.' '세상의 혁신을 만드시는 기업가분들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너무나도 의미 있는 일이구나'라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벤처투자자가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직업이지 무슨 '아름다운 세상' 타령이냐고요?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전 벤처투자가 금융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량 있는 인재들이, 기업가분들이 세상을 바꾸실 수 있도록 작지만 도움을 주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사실 은행에 가면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굳이 빌려준다면 담보와 연대보증을 요구하죠. 그런데 저희는 '가능성'을 보고 투자합니다. 함께 '리스크'를 지고 성공하면 성공을 함께 향유하며, 실패하면 저희는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립니다. 그리고 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분들이 성공하실 수 있도록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도와드립니다. 


그런데, 이런 역량 있는 기업가/인재분들이 창업을 해서 혁신을 만들어내야지만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믿습니다. IT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을 높인다고 믿습니다. 그러니깐 어떻게 보면 저희는 벤처기업,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죠. 


너무 거창한가요? 손발이 오글오글하나요? 근데 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카카오톡이 있던 세상과 없던 세상을 한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내에 소통이 얼만큼 많아졌나요? 그로 인해 더 '연결'된 세상에서 외로움을 덜 느끼고 살고 있진 않나요? 전 진심으로 카카오톡은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기술/서비스들을 보면 내 삶을 많이 개선시켜주고 있지 않나요?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는 편하게 살고 있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전 능력있는 기업가/인재분들이 더 많은 '혁신'을 만들어 내면 좋겠습니다. 초특급 A급 인재들은 대기업에서 수 천명 수 만명 중의 한 명으로 주어진 일만 할 것이 아니라, 삶을 더 좋게 만드는 제품/서비스/기술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을 제가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세상에 혁신이 더 많아질 것이고, 그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대기업들도 더 긴장해서 '고객/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더 집중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혜택은 end user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겠죠.


또한, 좀 큰 얘기지만, 소수의 대기업이 모든 제품/서비스를 독점하는 시장보다는 많은 혁신들이 많은 강소기업들에서 나오는 것이 국가 경제차원에서도 훨씬 좋다고 믿습니다. 분권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사실 실업 문제를 포함한 많은 것들이 한결 좋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근원적인 '신념'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투자 한 건 해서 얼마 벌었다가 아니라, 나를 통해서, 케이큐브를 통해서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를 계속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숨어 있는 초특급 A급 인재분들이 울타리에서 벗어나서 혁신을 만드시는 것에 대한 '부담'을 제가 줄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결국 더 많은 혁신이 나올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매일 새벽에 기쁜 마음으로 눈이 떠지는 것 같습니다.


"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Posted by jimmyrim



돌이켜보면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 뵈었고, 또 그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제가 현재 여기에 있는 것도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서이기도 하고, '운'이 좋아서이기도 하고요. 참고로 제가 여기서 언급한 '도움'이라는 것은 뭔가를 할 때 직접 도움을 받는다기보단, 좋은 분들께서 본인의 경험을 공유해주신 것, 힘내라고 한 마디 해주신 것 등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런 '한 마디'가 삶에서 얼만큼 크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제가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거꾸로 나눠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지금도 종종 연락오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는 있고 그분들 중에선 저를 '멘토'라고 말씀하시면서 계속 연락주시는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만, 조금 더 공식적으로 시간을 할애해볼까 하고요)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이 완전히 깨져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목표는 일주일에 3분 정도는 뵙고 도움을 드리는 것입니다. 


누가 연락하면 되냐고요? 창업을 해서 투자를 받고자 하시는 분들은 그냥 저희 공식 프로세스로 메일을 보내시면 되고요, 그런 분들보다는 본인 스스로 'A급 인재'라고 생각하시는 (또 실제로 그러하시고) 분들 중 현재 큰 인생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커리어 (career change) 관련이 가장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냥 지금 떠오르는 것들은, '저는 나름 훌륭한 엔지니어/디자이너인데, 창업을 하는 것이 맞을까요? 정말로 인생 망치진 않나요?'도 있을 것이고, '전 창업형 인간은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제가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가 될 수도 있고, '훌륭한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고 싶다'도 되겠죠 (뭐, 저희 케이큐브가 투자팀을 추가로 뽑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적다 보니 너무 제 업무랑 연관된 내용만 적게 되었는데 (이놈의 직업병), 뭐 대학생들의 고민 상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뽀대나는 IB/컨설팅이 정말로 좋은 곳인가요?'도 좋은 주제가 될 수 있겠죠. 


제 머리 속에서 주제들을 적으려다 보니 한계가 있는데, 결론은 위의 예시와 전혀 상관 없이, '진정성 있는 고민'을 가지신 A급 인재라면 본인 소개와 (이력서 보내주셔도 되고) 함께 그 진정성 있는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시면 제가 틈 나는대로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제 이메일은 블로그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임지훈 드림




ps.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연락을 주셨는데, 투자 검토 의뢰 혹은 현재 하고 계신 사업에 대한 컨설팅/조언 의뢰가 많았습니다. 위에 잠깐 언급했지만, 투자 관련된 내용은 그냥 통상의 저희 프로세스대로 진행하시면 되겠습니다. Office hours는 뭔가 직접적인 사업 관련된 내용이라기보단 현재 인생에서 뭔가 '전환점'에 있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jimmyrim


미국에서조차 '페미니스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Facebook의 COO, Sheryl SandBerg의 책 Lean In을 뚝딱 읽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아주 상세히 정독을 하진 못했고, 휘릭릭 통독을 했어요. 뭔가 이 책은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뭐, 책에 대해 총평하면 추천합니다. 남녀평등과 여성 지위의 향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을 빼놓고더라도 읽어볼만합니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져야 하는 attitude 등이 잘 나와 있는 것 같아서요. 좋은 구절들이 많이 있었지만, 전 아마도 다른 사람과 다른 곳에서 '뜨아'하고 감동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Chapter 4의 첫부분에 나오는 채용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채용을 항상 고민하다 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eBay에서 마케팅 senior director로 있던 Lori Goler라는 친구가 Sheryl에게 전화를 걸어서 Facebook에 입사해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는데,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I want to apply to work with you at Facebook. So I thought about calling you and telling you all of the things I'm good at and all the things I like to do. Then I figured that everyone was doing that. So instead, I want to ask you: What is your biggest problem, and how can I solve it?"


Sheryl은 책에서 자신이 천명이 넘는 사람을 채용해봤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얘기했고 저 역시 읽는 순간 무릎을 탁 쳤습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관점을 바꾸는 것이 엄청난 힘을 발휘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가 중심이 아니라 '상대방'이 중심이 되는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은 큰 경쟁력입니다. 


사실 비즈니스에서 협상을 할 때에도 '논리'만 갖고 싸우면서 제로섬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하수이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으니 함께 합의점을 찾으면서 협상을 하는 사람이 고수인 것도 비슷한 맥락일 수 있겠죠. 


가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 저한테 초면에 "나 이렇게 잘난 사람인데, 당신은 나한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 친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이 되었으면 하네요.




ps. Sheryl은 Lori한테 "나는 지금 리크루팅이 가장 고민이고 니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마케팅 임원이었던 Lori는 젼혀 다른 분야에 직급을 낮춰서 뛰어들었고 결국 가서 멋지게 일을 해냈다고 하고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애요. 












Posted by jimmyrim



제가 강연을 할 때 자주 설파하는 이론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A급 인재론"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 이론인데요,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라는 것이고, 그것은 A급 인재들이 갖고 있는 성공에 대한 집착, 끈질김, 열정, 승부욕, 지치지 않음, 미침 등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해야 한다고...


전국민이 너무나 좋아라하는 김연아 선수의 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을 보면 김연아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A급인재임을 알 수 있는 좋은 문구가 있습니다.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근육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 속에서 뭔가가 말을 걸어온다. '이 정도면 됐어', '다음에 하자', '충분해' 하는 속삭임이 들린다.


이런 유혹에 문득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때 포기하면 안한 것과 다를 바 없다.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 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이 순간을 넘어야 다음 문이 열린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것이 운동이 되었던, 공부가 되었던, 사업이 되었던. 끝장을 볼 수 있는 그런 근성이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7년+ 동안 벤처투자자로서 수 없이 많은 대표이사들을 만났는데 소위 성공했다는 분들도 그러시더라고요.


김연아는 스케이트만 잘 하는 것이니 이론이 불충분한 것 아니냐고요? 한번 지켜봅시다. 제가 볼 땐 김연아는 미래에 한 가닥 할 친구인 것 같애요. 그리고, A급 인재론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국내외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레옹'이라는 명작으로 꼬마 때 데뷔한 나탈리 포트만 (Natalie Portman)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은데요, 이 친구는 꼬꼬마 때부터 배우로서의 삶을 살았고 Filmography를 보면 정말로 많은 작품들에 출연을 했었잖아요? 그런데 그녀는 일년에도 몇 편의 영화/드라마를 찍는 와중에 최고의 명문대학교인 하버드 대학교를 진학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특혜 입학 아니냐는 시비가 좀 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등학교 때 학점이 4.0/4.0 이었고, SAT 점수도 아이비리그에서 합격 시켜줄만한 1400점대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1600점 만점 시절) 그리고 대학 때 학점은 3.9/4.0 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연기활동을 하고 있고 '블랙스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한 진정한 A급 인재라고 할 수 있죠. 


국내에도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요, 92년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공기소총 금메달을 딴 이은철 선수가 좋은 예일 것 같습니다. 운동으로 세계 1등을 했으면 뭔가 머리도 나쁠 것 같고, 운동 말고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잖아요? 이은철 선수는 IT 벤처기업을 창업했고 그 회사는 매출 100억원대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운동선수가 이동통신 시스템 기술회사를 창업해서 성공한다? 희한하죠? 하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입니다.


'나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내 100%를 쏟은 적이 있었던가?'를 한번씩 돌아보면 어떨까요?







Posted by jimmy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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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대작 MORPG C9을 만들었던 핵심 인력들이 웹젠(NHN게임스)을 퇴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유충길 PD님을 만나뵈었고, 말씀을 들어보니 회사와는 얘기가 다 끝났고 퇴직 프로세스를 밟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모바일 세상에는 훨씬 더 큰 시장이 존재하는데, 모바일에서 최초로, 최고로 평가 받는 RPG를 만들어보고 싶으시다고. 그리고, 당시 게임업계는 모두 간단한 게임들 위주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대작 RPG를 빨리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씀이었습니다. 모바일 게임도 과거 PC 온라인 게임에서 그랬듯이 간단한 퍼즐류, 캐주얼게임으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헤비해지는 게임층이 생길 것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많은 모바일 게임들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대작 RPG를 준비하는 팀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팀 구성을 했는지 여쭤봤고,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C9의 PD였던 유충길님, 클라이언트 팀장이었던 김정현님, 서버 팀장이었던 김재영님, 캐릭터 팀장이었던 김성환님, 그리고 웹젠 내 다른 프로젝트의 배경팀장이었던 남기영님이 공동창업을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C9을 만든 핵심 멤버들이 나오신다면 무조건 묻지마 투자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첫번째 미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지인분들을 통해 공동창업자분들을 reference check했고, 실제 저 분들이 C9을 만드시고 운영하신 분들이 맞다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9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부연 설명을 하면, 액션성이 뛰어난 RPG로 2009년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해 사운드, 그래픽, 캐릭터, 커뮤니티상 5관왕을 휩쓸었던 명작이었습니다. 물론, 사업적으로 대박이 난 게임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잘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게임을 만들고 운영을 해본 팀이라면 더 이상 확인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2번째 미팅을 잡았고 그 자리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이 합의되었고, 멤버들이 퇴직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법적으로 퇴직이 처리된 이후 저희 케이큐브 관리팀에서 귀찮은 법인 설립 과정을 지원해줬고, '핀콘'이라는 법인이 설립되자마자 바로 투자 계약서를 날인하고 투자도 집행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스토리는 여러분들이 아시는 스토리입니다. iOS에서는 밀리언아서를 제치고 최고 매출 1위를 차지했고, 안드로이드에서는 최고 매출 5위권을 한달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 계신 분들은 이 정도 순위면 어느 정도 매출이 나는 지 유추하실 수 있으실텐데, 어떻게 보면 대박이 났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가, 게임의 life cycle이 태생적으로 긴 RPG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고요. (핀콘의 '헬로히어로'를 아직 다운 안 받으신 분들은 꼭 해보세요. iOS 다운받기 / 안드로이드 다운받기)




여기까지만 읽어보면 투자해서 성공한 스토리일뿐 왜 교과서에 실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그 얘기는 지금부터 해보겠습니다. 


우선, 핀콘은 실력이 출중하면 기회를 잡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사실 핀콘의 공동창업자들은 소위 말하는 학벌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벌은 고려요소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모든 멤버가 10년 이상의 게임 개발경력을 보유하고 있고,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을 받으신 분들이기에 바로 투자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핀콘은 시장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줬습니다. 투자 검토 당시 유충길 대표님이 계속 말씀하셨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모바일에서 최초의 대작 3D RPG를 만들어서 출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은 장르별로 선점효과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첫번째로 출시하는 것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셨고, "대작 RPG를 만들 수 있는 팀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제대로 준비하는 팀이 없어요. 저희가 한 6개월 죽어라 만들면 가장 빨리 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에도 종종 제게 "혹시 업계에서 대작 RPG가 나온다는 얘기 못 들으셨나요?"를 문의하시곤 했고, 출시 일정 관련해서 자주 논의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충길 대표님은 게임의 Key Success Factor를 경험적으로 알고 계셨던 것이죠. (물론, 핀콘의 '헬로히어로'와 같은 퀄러티 높은 대작 RPG는 두 번째, 세번째, 아니 그 이후에 나왔어도 잘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첫번째이기 때문에 덕을 본 것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핀콘은 집중을 하는 것이 얼만큼 중요한지를 보여줬습니다. 처음에 투자 금액을 논의할 때 3억 5천만원만 달라고 하시길래 제가 그래도 대작 RPG이고, 게임이라는 것은 항상 일정이 늘어지기 마련인데 (저 게임 투자 많이 해봤습니다. 일정 지연은 항상 있는 일이더라고요) 그것으로 충분하겠냐고, 더 투자해드릴 의향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단칼에 거절하셨습니다. 유충길 대표님의 말씀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기억이 또렷이 납니다. 


"3억 5천만원이면, 저희가 지금 잡은 개발일정에서 2~3개월 정도의 버퍼를 둔 것이예요. 그 이상 여유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멤버들은 대부분 나이도 많고, 가정도 있고 한데 배수의 진을 치고 정말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기작 같은 것은 생각도 안 해요. 이번 게임으로 성공할 것이고, 그럴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핀콘팀은 정말로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라꾸라꾸 침대를 사무실에 사놓고 월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에 퇴근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고, 개발에만 집중했습니다. 게임업계에도 종종 네트워킹을 하는 모임들도 있었고, 크고 작은 컨퍼런스들도 있었지만 핀콘은 그런 곳을 가지 않고 게임을 만드는데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놀랍게도 처음에 계획했던 개발일정을 거의 맞췄습니다. 그리고 출시해서 유저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요. 유충길 대표님이 또 이런 저런 말씀 주셨는데 기억 나는 것 몇 가지 적어봅니다.


"스타트업은 절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길인데, 정말 전부를 다 걸고 해야죠."


"제가 지금 그 모임에 가서 뭐하겠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개발이고, 저희가 목표한 출시 일정 안에 최고의 퀄러티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게임은 유저들이 선택해주는 것이고. 유저들이 만족할만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예요."


스타트업 교과서에 실릴만하죠? =)












Posted by jimmyrim